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존속 기간은 30년에 불과하며, 통상 50년 이상 이어져야 '장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기 악화와 창업 세대 경영자의 은퇴 시기가 맞물리면서 사업 구조 개편과 가업승계가 경영계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년 이상 사업을 운영한 중소기업 대표의 80%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창업 1세대 경영자 중 62.5%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가장 큰 장애물로는 '조세 부담'(76.3%)을 꼽았다. 실제로 한국의 상속세·증여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최대 주주 주식 할증평가가 적용되면 세율이 최대 60%에 달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승계할 경우 최대 1,200억 원(기존 600억 원)까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피상속인은 상속 개시일에 거주자이자 지분 50% 이상의 최대 주주여야 하며, 상속인은 18세 이상으로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상 해당 기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한 상속세 신고 후 2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하고, 사후 5~10년간 고용·자산 유지 요건을 지켜야 한다.
최근 정부는 사전 증여를 통한 승계 활성화를 위해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기존 100억 원에서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300억 원까지 확대했다. 과세특례 세율도 120억 원 이하 분 10%, 초과 분 20%로 낮춰, 일반 증여세율(최대 50%)에 비해 절세 폭이 크다. 사후관리 기간 역시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돼 실무 활용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제도가 있어도 준비 부족으로 혜택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매출 400억 원 규모의 제조업체 A사는 대표가 30년 넘게 경영했음에도 상속인이 2년 이상 재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지 못했다. 결국 8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력 공장을 매각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거래처와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반대로 요건을 미리 준비한 B사는 사전 증여와 가업상속공제를 병행해 세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이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했다.
가업승계 요건에 맞지 않는 기업은 승계 전 반드시 구조 정비에 나서야 한다. 미처분 이익잉여금, 가지급금 정리, 명의신탁 주식 환원 등 주식 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개선하고, 증여세의 10년 과세 주기를 활용해 후계자에게 단계적으로 지분을 이전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에 비해 평가 기준이 까다롭고 고평가 위험이 높기 때문에, 재무 구조와 자산 구성을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신설 법인을 활용한 가업승계도 주목받는다. 후계자가 주도하는 법인을 설립해 성장시킨 뒤 기존 법인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은 사업 양수도를, 유통·서비스업은 일부 매출 이전을 통해 절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다만 신설 법인 방식도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지분 범위와 사후 요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세금을 장기간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도 고려할 수 있다. 가업상속재산의 경우 최대 20년까지 분할 납부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상속 직후의 유동성 압박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잔여 세액에 대한 이자 부담(2025년 기준 연 3.1%)과 담보 제공 의무가 있어 재무 계획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업승계를 '제2의 창업'이라고 부른다.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기업 생존, 가족 화합,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기업 매각이나 경영권 분쟁, 외부 투자자 개입 같은 위험을 피하려면 최소 5~10년 전부터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가업승계는 결국 사전 준비의 질이 성패를 가른다. 고령 경영자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가업상속공제 요건 검토, 사전 증여 계획, 기업 구조 조정, 세금 재원 마련 등 종합적인 승계 전략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제도 변화 속에서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며, 이는 단순한 세금 차이를 넘어 기업의 존속 여부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업승계 과정에서 고액의 상속세로 인한 기업 매각이나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제삼자 개입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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